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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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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17(초판)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홍은주

출  판   문학동네

 

2021. 3.12 완독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었다. 총 7개의 짧은 소설들로 연결된 '일인칭 단수'라는 소설집이다. 대부분의 소설들은 인생에 있어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하나씩 가르쳐 주고 있다. 과거의 있었던 기억들, 소중한 시간들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결국 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고, 그 시간들은 결코 쓸모없는 시간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지막 소설인 "일인칭 단수"라는 소설은 마지막 편에 들어가기 좀 애매한 소설처럼 약간은 생뚱맞은 느낌이 든다. 일인칭 단수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언젠가 있었던 아주 작은, 기억에도 없는 일이 어느 날 나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 순간순간의 삶에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린다. 

어쨌든 소설의 전반적으로 과거의 어느 시점의 내가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출발했다고 생각된다.

 


 

※ 각각의 소설마다 의미 있는 내용에 문장들이 있어 소개한다.

 

"이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치고 간단히 얻을 수 있는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러고는 행을 바꾸듯 간결하게 헛기침을 한번 했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프랑스어로 '크렘 드 라 크렘'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나? "크림 중에 크림, 최고도 좋은 것이라는 뜻이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에센스- 그게 '크렘 드 라 크렘'이야. 알겠나 나머지는 죄다 하찮고 시시할 뿐이지" 45p -크림

 

"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버드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자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프레이즈와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시에, 한없이 잡아 늘일 수도 있지.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만큼 길게- 혹은 영원에 다다를 만큼 길게. 시간이란 관념은 그것에서 사라지고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어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실제로 맞는 진짜 죽음은 철저하게 무거워. 그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져 버리지. 완전히 무가 되어버려. 그리고 내 경우, 그 존재는 나 자신이었어." 68p-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우린 누구나 많건 적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가면을 전혀 쓰지 않고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악령의 가면 밑에는 천사의 민낯이 있고, 천사의 가면 밑에는 악령의 밑낯이 있어. 어느 한쪽만 있을 수는 없어. 그게 우리야. 그게 카니발이고, 그리고 슈만은 사람들의 그런 여러 얼굴을 동시에 볼 줄 알았어 - 가면과 민낯 양쪽을. 왜냐하면 스스로 영혼을 깊이 분열시킨 인간이었으니까. 가면과 민낯의 숨 막히는 틈새에서 살던 사람이니까" 169p - 사육제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 그 사랑은 언제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우리에게 귀중한 열원이 됩니다. 만약 그런 열원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은 - 그리고 원숭이의 마음도 - 풀 한 포기 없는 혹한의 황야가 되고 말겠지요. 그 대지에는 온종일 해가 비치지 않고, 안녕이라는 풀꽃도, 희망이라는 수목도 자라지 않겠지요. 저는 이렇게 이 마음에(라고 말하면서 원숭이는 털투성이 가슴에 손바닥을 댔다.) 한때 연모했던 아름다운 일곱 명의 여자 이름을 소중히 품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저 나름의 소소한 연료 삼아. 추운 밤이면 근근이 몸을 덥히면서, 남은 인생을 그럭저럭 살아볼 생각입니다." 203p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 아마 대개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 중요한 분기점이 몇 곳 있었다. 오른쪽이나 왼쪽, 어느 쪽이로든 갈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오른쪽을 선택하거나 왼쪽을 선택했다.(한쪽을 택하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한 적도 있지만,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또한 항상 스스로 선택해 온 것도 아니다. 저쪽에서 나를 선택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여기 이렇게, 일인칭 단수의 나로서 실재한다. 만약 한 번이라도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거울에 비친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224p -  일인칭 단수

 

2021.01.27 - [독서록] - 노멀피플- 샐리 루니

노멀피플- 샐리 루니

더보기 ※ 노멀 피플 저자 : 샐리 루니 번역 : 김희용 출판사 : 아르테 발행 : 2020년 4월 27일 완독 : 20201. 1. 27(5번째) 누군가를 좋아가기 때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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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article/23939096

[문장으로 읽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네. 저는 어디까지나 원숭이지만, 절대 천박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내 것으로 삼는다-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분명 성적 욕망이 깔린 악행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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