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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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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처음 접했던 건 20년 전쯤 "노르웨이 숲"이라는 책이었다. 물론 다 읽지 못했고, 20년 전 나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도 않는 책이었다. 얼마 전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 있는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책이 보였다. 확인해보니 2004년 처음 인쇄된 하루키의 처녀작이었고, 2020년 6월 2판 40쇄로 나온 책이었다.  150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이어서 1~2시간 만에 읽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 숲' 이후로 한 번도 하루키의 책을 본 적이 없었는데, 왜 많은 독자들이 하루키 책에 빠져드는지 알 수 있었다. 20년 전에는 몰랐던 감정이, 나이가 먹으니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정의 선이 있는 것 같다.

 

하트필드에게 글쓰는 모든 것을 배웠다는 저자는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라는 말로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말해준다. 나는 왜 글을 쓸까 생각해보지만, 확실한 이유가 떠오르진 않는다. 그냥 잘 쓰고 싶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좋은 글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 같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내 감정선에 맞는 표현이 있다.

 

"이따금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그게 가능할까?" 88p

 

부드러운 남풍이 실어다 준 바다 내음과 불타는 듯한 아스팔트 냄새가 나로 하여금 오래 전의 여름날을 생각나게 했다. 여자의 피부 온기, 오래된 로큰롤, 갓 세탁한 버튼 다운 셔츠, 풀장 탈의실에서 피어오른 담배 냄새, 어렴풋한 예감,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달콤한 여름날의 꿈이었다. 98p

 

거짓말을 하는 건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다.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의 인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거대한 두 가지 죄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자주 거짓말을 하고, 자주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1년 내내 쉴 새 없이 지껄여대면서 그것도 진실만 말한다면, 진실의 가치는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 123p

 

여름의 향기를 느낀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바다 내음, 먼 기적소리, 여자의 피부 감촉, 헤어린스의 레몬향, 석양 무렵의 바람, 엷은 희망 그리고 여름날의 꿈....... 131p

 

"바람의 방향도 때가 되면 바뀔꺼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언젠가는." 135p

 

"아끼지 않고 베푸는 자는 항상 베풂을 받게 된다." 142p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143p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147p

 


하루키의 글에서 보이는 묘사가 좋다. 글을 쓰면서 묘사를 하려고 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묘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하루키의 글에서는 초연한 모습들이 보인다. 묘사된 세상은 살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과 설정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인은 마치 모든 것을 달관한 사람처럼 그런 상황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 책은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과 연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지나가는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 순간에 기억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제목이 말해주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직 명확한 의미를 찾지를 못했다. 아직 삶을 달관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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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drops74.tistory.com

https://youtu.be/BRagomHzA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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