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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복자에게 -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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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라는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제목이 참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선택할 때 제목도 중요한데, 나에게는 제목만 보고 선택하라고 하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작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도를 많이 담지 않았다고 하지만, 소설 속에 흐르는 역사적 사건들은 가볍게 넘길만한 사건이 아니고, 그 사회적 사건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을 모르면 이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 전개는 역사적 사건을 모른다고 해도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감정선을 잘 묘사해주고 있기 때문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으며,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이영초롱"은 아버지의 사업의 실패로 고모가 의료활동을 하고 있는 제주도 고고리 섬에서 2년 정도 살게 되고 거기서 만난 친구 "고복자"와의 이야기이다.
책은 과거 어린시절 둘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성인이 돼서 판사로서 제주도로 좌천되어 온 영초롱과의 재회를 통해 복자가 겪고 있는 제주의료원 사건을 모티브로 판사로서의 자신의 행동과 사건의 피해자인 헤어졌던 옛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영초롱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고 싶지 않은 제주도로 내려갔고, 거기서 사귄 친구와의 관계도 거짓말을 못하면서 실패하게 되고, 판사가 되었지만 판사로서의 품위를 잃는 행동을 함으로 좌천되고, 결국 그만두게 되면서, 성공한 것 같지만 실패한 삶을 살아간다. 이 책에 마지막에 주인공 영초롱은 볼테르의 책 "관용론"의 이야기로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본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실패가 연속되는 삶이며, 그렇게 실패를 하면서 살아가도 괜찮다고. 삶에 대해 스스로 관용하는 마음을 가져도 된다고 말해주는것 같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43p


영초롱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관용의 부족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를 이해하지 못했고, 고고리 섬에서 친구의 부탁을 들어줄 만큼 친구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했고, 성인이 되어 판사로서의 자신의 입장과 피해지인 친구사이에서 친구를 도와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에게도 그리고 내 주변에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도 넓은 마음으로 바라볼수 있는 관용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실패의 순간이 지나면,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는 순간이 지나면, 깊은 밤이 지나면 다시 밝고 빛나는 새로운 상황이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다. 주인공 영초롱이 복자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마 그 모든 순간을 견디고, 이겨내고 나서 쓰는 편지일 것이다.

특히 섬의 오래된 신과 보리밭에, 해녀들에게, 고양이를 닮은 돌과 어설픈 낚시찌는 도무지 물지 않는 물고기에게, 뿔소라 껍데기로 장식된 담장과 설운 애기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에게, 온전히 걸어야만 이동할 수 있어서 좀 화가 난 관광객들과 태풍이 불면 보름쯤은 모두 사라졌다가 가장 작은 개체부터 나타나 다시 삶을 시작하는 갯강구들에게, 아무리 잘 빗어놓아도 머리를 다 흩뜨려놓은 바닷바람과 부두에 정박한 배들에게, 오늘도 끊이지 않는 민원들을 해결하느라 스쿠터를 타고 바쁠 미혜 씨와 꿈의 변경이 용인되어 섬으로 돌아와 있는 오세에게, 그리고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던 현명한 나의 친구 복자에게 236p


삶을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나에게 실패로 느껴질 때 이 책 「복자에게」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https://youtu.be/7cFMIvbcl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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