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처음 봤을 때 뭐 이런 책을... 하고 생각했다.
대출대에 있는 사서분이 이 책 요즘 유명한 책이라 예약 안 하면 빌릴 수도 없어요. 그리고 재미있어요. 꼭 읽어보세요.라고 한다.
처음에 읽기 싫었던 책도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추천하니까 왠지 읽고 싶어졌다.
처음 1/3쯤 읽으면서 왜 이 책을 읽고 있을까. 이 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 책인가 했다. 그냥 대기업에 다니는 꼰대 김 부장의 일상이 별로 읽고 싶지 않았고, 큰 감동도 없었고, 나는 당연히 이런 부류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중간을 넘어가면서 김 부장이 지방 공장으로 발령 나고, 이후에 해고되면서, 상무가 김 부장에게 해주는 말들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는 여태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사람은 얼굴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어. 회사생활 오래 하면서 느낀 건데 말이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람이냐,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디 둘의 차이는 엄청난 거야. 배우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어. 그런데 자기가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은 스스로를 더 고립시킬 뿐이야. 결국 혼자만 남는 거지" 126p
결국 김 부장은 해고당한 후 상가투자에 실패한다. 대기업에서 일했던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걸 보면서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라도 저렇게 되었을까? 소설이지만, 아마도 그런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기에 이야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 김 부장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숨쉬기 힘든 고통을 겪는다. 결국 정신과를 다니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김 부장은 자신을 믿어주는 언제나 김 부장을 편이 되어주는 아내와, 취업에 실패하고 스스로 사업을 시작하는 대견한 아들 그리고 해고 당하고 힘든 동생을 위해 세차장을 내어준 큰형, 김 부장이 평소에 좋아하던 족발을 사주면서 편하게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친구 놈팽이까지 옆에 많은 사람들이 김 부장을 응원해준다.
"인생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선택의 연속이야. 너 출근할 때 생각해봐,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내려갈까, 그냥 서 있을까 고민하지. 저 멀리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으면 뛸까, 그냥 다음 거 탈까 고민하잖아. 뛰어가서 탔는데 사람이 많아. 그러면 다음 차 탈 걸, 그러지. 다음 차에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자 열차를 탔어. 좌석이 하나 남았는데 옆좌석에 덩치 큰 남자가 있어. 좁아도 앉아 갈까. 그냥 서서 갈까 고민하지. 만약에 앉았는데 옆에 덩치남 때문에 불편해. 그러면 그냥 서서 갈 걸. 그런 생각 들 거 아니야? 반대로 서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서 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지고 점점 다리가 아파지면 그냥 불편해도 앉아서 갈 걸, 할 거 아니야.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데 애초에 그 후회를 할 필요가 없어. 아무도 답을 모르거든." 283p
며칠 전에 독서모임에 했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서 폰더 씨가 처음으로 만났던 트루먼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그동안에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라는 말. 내 인생에 지금 현재 상황은 결국 내가 그동안 했던 수많은 선택들이 지금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나는 지금 지난날을 책임지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하게 되면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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