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이란 책을 읽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무슨 말부터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닌가 실패해도 삶은 계속된다는 이야기 인가.
서울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염여사는 역사교사 출신의 할머니로 순례 주택의 순례 씨 같은 역할이라고 해야 하나... 성숙한 어른으로 나온다. 이 할머니가 파우치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리면서 만난 독고라는 노숙자를 자신의 편의점의 야간 알바를 시키면서 편의점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인생에 대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다.
이 책을 소개해준 분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고 했는데 책을 덮을 때는 그분의 말처럼 정말 한 편의 마음 따뜻한 영화를 본 것 같다.
이 책에 등장인물은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는 공시생 시현과 오전일을 하는 주부 오선숙, 그리고 퇴근하는 길에 편의점에서 참참참으로 혼술을 하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그리고 저자로 추정되는 희곡작가 정인경, 사고뭉치 편의점 주인인 염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이 고용한 흥신소 사장 곽 씨 그리고 노숙자로 독고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들은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가족과의 관계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오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가족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인공인 독고도 결국 가족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지금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p
이 말속에 삶은 결국 관계와 소통이라는 말, 그리고 그 관계와 소통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해야 한다는 말이 큰 울림을 준다. 인생에 실패 속에서도 가족과 소통이 되는 사람들은 다시 행복을 찾아간다. 그러나 가족과 소통을 못한 사람들은 결국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삶은 불편할 수 밖에 없고, 불편해도 여전히 살아갈만하다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책은 나를 참 많이 돌아보게 해 주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의 부재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해 주었고, 인생의 실패에서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행복은 얻는 게 아니고 지금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생각할수 있었다.
삶이 고되고,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묵묵히 다가와 옥수수수염차를 건네주는 독고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소통이 어렵고 가족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이 책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한번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그런 독자가 있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아 소개합니다.
밥 딜런의 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140p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247p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252p
다들 너무 자기 말만 하잖아. 세상이 중학교 교실도 아니고 모두 잘난 척 아는 척 떠들며 살아. 그래서 지구가 인간들 함구하게 하려고 이 역병을 뿌린 거 같아 263p
마스크가 불편하다. 코로나에 이거 저거 다 불편하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떠들잖아. 근데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 26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