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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인생의 역사 -신형철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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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냥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깊이 사색하고 통찰해봐야 하고, 앞뒤 배경 다 알아야 비로소 이해가 되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서 시집을 꺼내는 경우는 정말 1% 미만이다.
"인생의 역사"라는 시화집을 우현이 만났다. 시를 읽을 때는 감동이 없다가, 작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시가 이런 의미였구나!' 느끼고 감동받고 울기도 했다. 시 한 편, 몇 글자에 인생과 역사가 담겨 있어, 책 제목이 인생의 역사가 아닐까 생각됐다.
이 중 한편은 지금 시대에 다시 읽어 볼만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아름다운 석양의 대통령을 위하여 -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고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 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둥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취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에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고. 끝끝내 사나이나라 베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 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 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월간문학 1968년 11월 창간호)

 

저자는 이 시를 소개하며 2016년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이 글의 마지막에 '불행은 겪을 만큼 겪었다. 우리는 저 '아름다운 석양의 나라'로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다시 되풀이되고, 또 비정상의 나라에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 산문시를 통해 3가지를 발견해서 말해준다.

첫 번째는 평등이다.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라는 구절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직업이 세상의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이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의무라고 말해준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허락한 권력은 아름다운 석양을 등 뒤에 두고 걸으면서 석양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광부들이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를 읽었다는 내용이다. 광부가 철학적 문학적 깊이 있는 책들을 읽어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말해준다.
세 번째는 중립이라는 말로 어느 한쪽을 편들며 무기를 드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그 반대가 진정한 용기라고 말해준다.

또다시 이런 세상, 이런 나라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2023.02.18 - [책이야기] - 인피니트(무한)게임 - 사이먼 시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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