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너무나 많은 여름이 - 김연수

728x90
반응형

이번 책의 키워드는 엄마, 여름이 아닐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의 마지막 소설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도 엄마의 임종 앞에서 엄마와의 기억들을 통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말해주고 있다.
 
김연수 작가의 책은 '일곱 해의 마지막',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이어서 3번째 읽은 소설이다. 마지막 작가에 말에 의하면 낭독회에 사용했던 단편소설들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적인 시기와, 코로나19라는 상황, 그리고 엄마와의 추억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 단편소설들이 엮어져 있지만, 매번 등장하는 소설마다. 주인공이 바뀌고, 나와 타자의 관계가 바뀌고,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내용들을 읽어나가도 보면, 새롭지만 적응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단편 하나 하나를 읽고 그 글과 문장에서 느꼈던, 생각했던 내용들을  생각해 보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한편 한편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엄마의 추억을 찾아 떠났던 여행이, 자식의 사진을 찾는 엄마의 마음이, 영원할 것 같았던 신혼여행의 그 순간의 기억이, 그리고 엄마의 임종 앞에서 기억해 낸 엄마와의 일들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삶은 계속되니까. 아우구스티누스의 지침처럼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그 말에,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그 안에 담긴 메세지를 읽어 내 보느라 애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그리고 누군가에 내 곁에서 떠나갔을 때 읽어보면 '뭐 별거 없네' 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책일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생각해 볼 문장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야. 과거는 다 잊어버리자. 내가 어떤 집에서 태어 낳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누구를 만나 사랑했고,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는 다 잊어버리자. 대신에 오로지 미래만을 생각하기로 해. 이제까지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57p

 

관계라는 건 실로 양쪽을 연결한 종이컵 전화기 같은 것이어서, 한쪽이 놓아버리면 다른 한쪽이 아무리 실을 당겨도 그전과 같은 팽팽함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119p

 

그래 우리의 위치가 모든 걸 결정해. 우리가 감각하는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크거나 절대적으로 작은 것이 없어. 멀고 가까운 것만 있는 거야. 그러니 어떤 대상의 크기는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어. 그 위치가 우리의 의지를 뜻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우리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작게 만들어버릴 수 있어. 그러다가 아주 멀어지면 어떻게 되지? 소실점으로 사라집니다. 137p

 

빅토르 위고는 한 소설에서 책이 건축보다 더 오래간다고 말했지. 시간이 풍화를 막는 책의 물매가 건축의 물매보다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야. 책은 얼마든 복제할 수 있지만, 건축은 그럴 수 없으니까. 하지만 책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새로운 내용을 드러내진 않아. 어떤 질문에도 책은 정해진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지만 풍화되는 건축은 항상 새로운 대답을 내놓지. 쇠퇴한다는 것, 몰락한다는 것, 풍화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야. 오스카 와일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영혼은 늙게 태어나 시간이 갈수록 어려지는데 이것이 인생의 희극이다. 반면에 육체는 어리게 태어나  점점 더 늙어가니 이것이 인생의 비극이다.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풍화되어야만 영혼이 드러나게 돼 있어. 폐허마다 영혼이 드러나,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저절로 드러나는 영혼이지.  이 폐허는 끝이 아니야. 이건 이 집의 가장 어린 영혼, 새로운 시작이야. 146p

 

살아간다는 건 우연을 내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우연이란 '나'가 있기에 일어난다는 사살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게 인간의 우연한 삶이다. 결국 우리에게는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우연한 일들을 내 인생으로 끌어들여 녹여낼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고 안이하게 외부의 스토리에 내 인생을 내어주고 마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262p

 



2023.06.25 - [책이야기]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것도 아닌데 판타지 소설을 읽어서인지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온 기분이 든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표지를 보면 세탁소가 아니라 뭔가 심오한 마법궁전 같은 느낌

raindrops74.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