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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끄적끄적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 따뜻한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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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의 시칠리아

리파리는 떠나는 날 생선가게 프란체스코 할아버지가 생선을 다듬던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해왔다. 생선을 다듬던 손을 덥석 잡을까 봐 주먹을 꼭 쥔 채였다.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들의 따뜻한 배웅에 문득 마음이 울컥하여 괜히 더 수선스럽게 떠들어댔다. 130p

리파리 사람들의 일견 무뚝뚝한 표정 저편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에올리에 제도 지하의 용암처럼 맹렬하고 뜨겁게 잠복해 있을지도 몰랐다......집주인 빌리니 씨는 배에 오르는 잔교까지 따라와 우리를 환송해주었다. "안녕(adios)"이라고 말하자 택시기사 빌리니 씨는 고개를 저으면 "안녕이라고 하면 안 되지 다시 만나자(arrivederci)"라고 말했다. 132p

 

 

2019년 2월에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짧은 시간 동안 내가 간 도시는 로마, 피렌체. 소렌토, 나폴리였다. 9일의 시간 동안 느린 걸음으로 이탈리아를 천천히 보려고 했지만 봐야 할 곳은 너무 많았고 시간은 너무 없었다.

김영하 작가가 시칠리아를 여행했던 2007년의 여행 이야기를 엮어 낸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들, 여러가지 고생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시칠리아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놓았다. 일례로 버스로 4시간 거리를 10시간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는 그의 이야기에서 기차 창밖으로 볼 수 있는 낭만적은 풍경들을 고스란히 글로 표현해 주고 있다.

좀 더 특별했던 것은 시칠리아 각 도시마다 내려오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그에 따른 그 도시만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쓰고 있어, 도시에 대한 또 다른 공부가 되었다. 장편소설을 썼던 소설가답게 눈에 보일 것 같은 세부적인 묘사는 시칠리아를 함께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젊은 시절에 가지고 있던 세상과 인생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발견하였음을 글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발췌한 글은 어렵게 도착한 리파리에서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마지막 떠나는 날의 소회를 적은 글이었다. 나에게도 프란체스코 할아버지의 주먹처럼 잊히지 않는 여행의 순간들이 있었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울컥해서 이 부분을 발췌하였다.

나에게는 마음에 고향 같은 도시가 일본의 마츠야마라는 곳이다.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아마 평생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영원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공항에서 플랫폼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배가 부두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기차역에서 기차가 보이지 않는 그 순간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그 모습들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새겨져 있다. 그들의 따뜻한 배웅을 함께 받았던 사람들은 늘 그 배웅을 그리워하면 그날을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인문학 책에 빠져 있던 나에게 기행문은 또 다른 활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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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 [날마다 끄적끄적] - 언어가 의식을 바꾼다 - 류시화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언어가 의식을 바꾼다 - 류시화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언어가 의식을 바꾸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모국어에서도 가능하며, 세상은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대로 존재한다.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 무엇을 듣는가

raindrops74.tistory.com

https://www.youtube.com/watch?v=ctiRgpZ1t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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